KRpia - 한국의 단청예술

중요무형문화제 제48호 단청장 이치호 스님은 6세의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지금의 봉원사에서 만봉(萬奉)이란 법명을 받고, 8세 때부터 불교미술에 입문하였다. 또한 1920년부터 스승인 예운(藝云)화상의 문하에 정식으로 입문하여 본격적인 화사수업을 받기 시작하였다. 조선후기 전통화사의 맥을 계승한 김예운 스님은 한말 이후 금강산 화맥을 이끌어온 불화 · 단청계의 거장으로서 당시 서울 안정사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년간 시왕초 · 천왕초 · 여래초의 선묘습화를 각각 3천장씩 무려 9천여 장을 그린 끝에 비로소 스승으로부터 금어의 칭호를 하사 받았는데 그 때 나이 18세였다.

20세에 스승의 하교로 처음 편수(단청책임자)를 맡아 시공한 단청불사 건축물은 평양의 황건문을 옮겨 복원한 서울 조계사의 일주문이었다. 첫 작업을 무사히 마친 스님은 예운선사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10여 년간의 사사를 마치고 단청책임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후 일제 강점기에는 금강산 표훈사 16나한전 금단청(1928)을 비롯하여 강원도 · 황해도 · 경기도 · 서울 등 유수 사찰의 주요 전각에 금단청을 시공하였다. 광복이후에도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사찰 · 사당 · 궁궐 · 문화재 건축물 등의 금단청장엄의 큰 업적을 이룩하였다.

광복 이후 만봉스님이 단청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단청문양은 조선시대 후기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더욱 밀도감 깊은 특색을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문양은 단연 머리초양식이다. 한국단청에 있어서 머리초는 전체 단청양식의 특색과 장엄의 등급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스님은 그러한 머리초의 도안에 다른 단청장들과는 구별되는 요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머리문양에서 빛을 상징하는 휘색대의 형상을 직선으로 도안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유일한 특징이다. 머리초주문양을 치장하는 색질림들을 매우 밀도있게 구성함으로서 색채의 화사로움을 극대화하거나,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항아리무늬를 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도 스님의 단청문양의 특색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평방의 문양을 머리초나 별화 등을 적용하지 않고 금문으로만 치장하는 수법도 스님이 즐겨 구성하는 단청문양의 특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