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의 기원에 대해서는 오늘날에 전해지는 고대단청의
유물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명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미약한 고대단청의 유물들과 관련 고문헌의
방증사료들을 통하여 보다 근접된 단청의 기원과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오늘에 전하는 가장 오래된 단청유물은 중국 서한시대 묘의 부장품이었던 가옥형
토기에 채화된 고대 단청의 흔적이다. 적, 백, 흑색 등을 사용하여 서까래 부리와 주두, 벽 등에 기하형태의
단순한 문양을 장식한 것이다. 바로 이 유물은 고대 건축에도 패턴화된 단청문양이 장식되었다는 것을 추정케
해준다. 또한 4세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중국 돈황의 600여기 석굴가운데 단청이나 벽화가 도채된 동굴이
무려 469개소나 확인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약 90여기의 고구려 벽화고분에도 한국고대단청의 실례가 생생히
전해진다.
가장 오래된 고대단청의 문헌사료는 『여씨춘추』계춘기의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공사가 백공에게 명하기를 다섯 창고의 양을 살펴 금철, 피혁근, 각치, 우전간, 지교단칠 등 불량한 것이
없도록 하라.” 기사의 내용에서 지교단칠이란 곧 단청의 채료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미 당시에 왕실의 건축의장에
단청이 중요하게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청’이란 용어가 가장 처음 등장하는 사료는 중국 전한시대의 회남왕
유안(劉安)이 저술한 『회남자』.「권20, 태족훈」의 기록이다. “수화목금토의 곡물은 그 종류가 다르나
모두 쓰임이 있고, 자와 저울과 먹줄은 그 형태가 다르나 모두 쓰임이 있고, 단청과 아교와 칠이 같지 아니하나
모두 사용되는 것은, 각기 적소에 제 물건이 마땅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청에 관한 내용이 기록된 국내의 고대문헌사료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삼국사기』「권 제48」솔거조에는 단청에 관한 직접적인 용어가 등장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솔거가 황룡사 벽에 노송을 그렸는데, 왕왕 새들이 날아와서 앉으려고 허둥대다가 떨어지곤
하였다. 후에 채색이 낡고 바래자 절의 스님이 단청으로 보수하였는데 그만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또한 같은 책「권 제33」옥사조에는 귀족의 등급에 따라 단청의 규범을 마련, 제한하는 내용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고려시대의 문헌사료인 『선화봉사고려도경』궁전조에는 “궁궐건물의 난간은 붉은 옻칠을 하고 동화(銅花)를 장식하였으며
단청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라고 기록되고 있다. 또한 『고려사』「제 18권」의종편에는 “왕이 대궐 동북쪽에
정각을 세우고 ‘충허각’이라는 현판을 붙였는데 금벽(金碧)단청이 선명하였다”라는 내용이 있으며, 같은 책
유승단편에는 “몽고대군이 경기지방 가까이 침입했을 때 수도를 강화도로 옮길 일을 의논하였는데, …… 거리에는
단청으로 채색한 큰집들이 줄을 이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사들을 통하여 고려시대에도 단청이
크게 성행하였음을 잘 알 수 있다.
한편 조선시대의 단청과 관련된 사료는 『조선왕조실록』과『증보문헌비고』 등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왕조실록에는 태종 12년(1411)부터 철종 9년(1857)까지 무려 159건의
많은 단청의 관련기사가 수록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적 검약정신의 강조로 인하여 사찰의 화려한 단청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궁궐단청과 왕실발원의 사찰단청뿐만 아니라 사가에까지도 단청이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주요 내용을 일벌하면, 『세종실록』23년에 임금이 사찰의 화려한
단청을 금할 것을 명하는 내용을 들 수 있다. 또한 『세종실록』30년의 기사 가운데 “법당의 제도가 사치와
화려함이 지극하여 금과 구슬이 눈을 부시게 하고, 단청이 햇볕에 빛나며, 붉은 비단으로 재봉(裁縫)하여
기둥에 입혀서 주의(柱衣)라고 이름하여 더럽혀짐을 방지하고……라는 내용에서 당시 사찰단청의 화려함을 잘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중종실록』32년의 기사에는 당시 권세가인 김안로의 집이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단청을 하고있다는 내용이 수록되었다. 또한 『증보문헌비고』「제38권 여지고」에는 명종 재위 때에
영의정을 지냈던 심연원이 첩의 집을 지으면서 당시 금기된 사가의 단청을 하였는데, 대사헌 조사수가 경연에
들어 그 잘못을 면전에서 탄핵하는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고 있다.
또한 단청의 안료에 관한 내용으로는 『광해군실록』8년의 기사를 들 수 있다.
당시 창경궁을 건축하고 명정전과 문정전 두 곳의 단청을 시작하였으나 채색이 부족하여 중국 요동으로부터 무역해
오기만을 날마다 기다린다는 내용은 당시 단청의 채료가 상당한 고가이었음을 잘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상과 같이 단청과 관련된 고문헌사료의 기사를 종합한다면,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목조건축을 실상에 영위해온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단청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예술적 수단이요 삶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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