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문양을 ‘초도(草圖).초안(草案).초상(草像).초화(草畵)’라 하고, 그것의 묘사작업을 ‘출초.초도그리기.초내기’라
부른다. 또한 초지 바탕에 문양을 그린 다음 윤곽을 따라 대침으로 촘촘히 연혈(連穴)을 뚫어 문양초본을
작성한다. 한 건물을 구성하는 각 부재는 모양.크기.길이가 각기 다르고, 같은 부재라도 크기와 길이가 다를
수 있다. 단청초안은 각 부재의 크기에 맞게 도안해야하기 때문에 부재마다 크기를 측정하여 바탕에 정확히
들어맞는 초안을 작성해야한다.
출초(出草) - ‘출초’란
단청의 초안도 또는 모사도를 두꺼운 초지(草紙)에 그대로 옮겨 도안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먼저 초지
바탕에 유탄으로 문양을 묘사한다. 봉원사 대웅전의 창방머리초는 연화와 녹화가 조합된 병머리초 형식으로 십자금직휘와
직선의 바자휘를 앞.뒤로 장식하고 있다. 특히 바자휘를 직선형으로 도안하고 황실.녹실의 쇄첩실을 능형(菱形)으로
교차시켜 장식하는 것은 만봉스님이 단청머리초에 즐겨 사용하는 독특한 문양이다
천초(穿草) - 도안이
완료되면 문양의 윤곽선을 따라 대바늘로 연혈(連穴)을 뚫는 작업을 ‘천초(穿草)’ 또는 ‘초뚫기’라 한다.
천초는 지름 0.5-1mm 정도의 돗바늘로 2-3mm 간격으로 줄이 바르게 뚫어 구멍을 낸다. 이 때 직선은
4-5mm 정도로 간격을 넓게 벌려서 뚫어도 무방하며, 곡선이나 변화가 많고 작은 문양들은 간격을 좁혀
촘촘히 뚫어야 한다. 천초할 때에는 초지본의 밑에 담요나 방석 등을 두툼하게 깔고 바늘을 깊게 찔러야만
타분이 잘될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의 구멍을 뚫을 수 있다. 또한 일정한 대칭형의 문양이 연속되는 초안을
천초할 때에는 단일문양이나 대칭되는 문양의 중심을 2-4겹으로 접은 상태에서 뚫으면 형태도 동일하거니와
신속을 기할 수 있다.
어느 특정부재의 바탕이나 표면에 특정한 색으로 온통 칠하는 것을 ‘가칠’ 또는 ‘바탕칠’이라 한다. 전통적으로
가칠은 부재별로 청토.뇌록.석간주.정분.황토.육색.삼청 등이 사용되었다. 특히 뇌록은 문양이 도채되는 창방
이상의 부재에 가칠되었으며, 석간주는 기둥.합각.풍판 등에 폭넓게 가칠되었고, 벽화를 그리는 면에는 정분을
가칠하였다.
머리초의 바탕에 가칠되는 뇌록색은 피막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약간 묽게 조채하여 사용하고 바를 때에도 세심한
붓질로 바탕색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칠 바탕색이 완전히 건조하면 준비된 초지본을 바탕에 맞추어 대고 타분 작업을 시행한다. 타분은 가칠면에
초지본(草紙本)을 맞게 대고 백분 뭉치로 천천히 두들기면 천초된 구멍을 통과한 백분이 점선으로 묻어나 문양의
윤곽이 난다. 일정한 나비 또는 간격으로 도시(圖示)하는 황실.녹실.먹당기 등은 나비와 위치만을 표시하고
천초와 타분을 생략할 수 있다. 타분 뭉치의 재료로 사용되는 분가루는 호분 대신에 진분이나 다른 백색 안료를
사용하면 가칠면이 오염되거나 도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호분을 사용해야 한다.
타분이 완성되면 곧 바로 채색에 들어간다. 채색은 각 문양의 가장 밝은 초빛색을 먼저 칠하고, 2빛 3빛의
순으로 마무리한다. 먼저 육색.장단.양록.삼청.석간주 등의 초빛을 연화.주화.녹화.둘레주화.직휘.번엽.휘
등에 도채한다. 다음은 하엽.주홍.양청.다자 등의 2빛을 칠한다. 하엽은 양록의 2빛에 적용되고 주홍은
육색과 장단의 2빛이다. 양청은 삼청의 2빛이며, 다자는 석간주의 2빛으로 칠한다. 2빛 도채가 끝나면
양청.다자.먹 등의 3빛을 채색하고 시채를 완료한다.
채색이 완료되면 중요 부분에 금박을 붙인다. 금박을 붙이는 부분은 황색실.황방울.황색휘 등 황색이 들어가는
곳이다. 금박 접착제로는 전통적으로 부레풀.아교.옻칠 등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옻나무과의 일종인
캬슈나무의 수액을 정제하여 가공한 캬슈칠의 사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캬슈칠은 바른 다음 최소 1시간 이상이
경과되어 어느 정도 건조가 진행된 후에 금박을 붙여야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금박은 두께가 미세하고
잘 달라붙기 때문에 손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대나무 집게를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금박을
붙일 때에는 겹종이를 손으로 지긋이 눌러대고 문질러 완전히 달라붙도록 조치한다.
먹선 긋기(묵계화/墨界畵)
- 모든 채색이 완료되면 문양의 윤곽을 따라 먹선을 긋는다. 이것은 문양 윤곽의 경계에 먹선을 긋는다하여
‘먹계화’ 또는 먹기화라고 부른다. 먹계화는 단청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먹선 긋기에는 모가 길고 탄력이
강한 세필을 사용하는데, 필선의 두께가 고르고 바라야 하며, 필력의 원숙한 경지가 베어나야 한다. 따라서
먹계화는 단청작업에서 가장 숙련된 경지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분선긋기(시분/施粉) -
먹계화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분선을 긋는다. 이 역시 문양의 테두리에 적용되기 때문에 먹선과 마찬가지로 세심한
필선의 운용이 요구된다. 분선 긋기는 연화.주화.휘 등의 바깥경계와 직휘 초빛의 중간째기에 적용되어 문양
도채를 완료한다
먹계화.시분이 완료되면 마지막으로 매화점과 민주점을 장식한다. 매화점은 문양에 일종으로 금문의 중심 사이에
적용된다. 그러나 민주점은 오직 연화머리초의 주문양 상부에 위치하는 항아리 즉 사리함의 정수리에만 장식된다.
따라서 민주점은 신앙의 결정체로서 불교사찰의 단청문양에만 장식할 수 있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봉원사 대웅전의 창방머리초 도채가 완료되었다. 만봉스님의 단청 실연은 비록 현장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전수 교육적 차원에서 여전히 제자들의 단청불사 시에 문양과 채색의 지도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만봉스님은 단청문양을 전통 회화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가운데 고려시대
문양으로 전해지는 보상당초문과 궁모란도.운용도.오채쌍봉도.영락도 등은 단청의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업활동을 통하여 스님은 전통의 창작적 계승과 발전이라는 대명제를 후세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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